미국 CS/ECE 박사 유학 지원 수기


이 글은 스누라이프(SNULife)에 올렸던 유학 지원 수기를 개인 홈페이지에 맞게 조금 다듬어 옮긴 글입니다.

들어가며

선배님들의 유학 수기를 읽으며 막연한 꿈을 꾸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저의 유학 지원 수기를 쓰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는 유학 준비를 군복무(육군) 중에 하였습니다. 24년 7월에 입대해, 25년 초부터 싸지방 연등 시간을 활용해 CS/ECE 분야 박사 지원을 준비했고, 26년 1월 말출 때 인터뷰를 봤습니다. 혼자 준비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일면식도 없는 선배님들께서 기꺼이 SOP를 첨삭해 주시고, 세미나를 주최해 주시고, 자세한 지원 수기를 공유해 주신 덕분에 무사히 이 과정을 마치고, 26년 가을 Stanford EE 박사과정에 합격해 진학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제가 선배님들께 받은 도움을 조금이나마 되돌려드리고자, 그리고 홀로 분투하고 있을 후배(그리고 선배)들을 위해 부끄럽지만 저의 기록을 남깁니다. 솔직히 누군가에게 제가 조언할 만한 위치는 아니라 부끄럽습니다. 부족한 저의 기록이 여러분의 꿈을 이루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일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정답이 아닙니다. “이렇게 한 사람도 있구나” 하는 하나의 사례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지원 결과 및 스펙

  • 학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21학번 (GPA 4.16/4.30)
  • 군복무: 24.07 ~ 26.01 (육군)
  • 연구 분야: Computer Architecture, Systems, Operating Systems
  • 연구 실적: HPDC 1st Author (Major Systems Conference)
  • 영어: TOEFL 108 (R30, L28, S24, W26), 109 (R29, L30, S23, W27). 유효기간(입학 시점 2년 이내)을 잘못 봐서 25년 7월에 급하게 다시 봤습니다. 잘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지원 결과:
    • Accept: Stanford EE (02.06), UIUC ECE (02.04)
    • Withdraw: CMU CS, UT Austin CS, Cornell ECE, Columbia EE (02.07)
    • Reject: MIT EECS

2. 연구 경험

컴퓨터구조와 시스템프로그래밍 수업을 2학년 2학기 때 재밌게 듣고, 3학년부터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연구실에서 학부 인턴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교수님과 훌륭하신 사수님들 덕분에 즐겁게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 학부생 논문: 학부 인턴으로서 1저자 논문을 작성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운 좋게 훌륭하신 교수님과 사수님들 덕분에 기존 연구 분석 → 아이디어 제안 → 구현 → 실험 → 논문 작성의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1년 정도 걸렸습니다), 즐겁고 열정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성과: 우여곡절 끝에 입대 직전 HPDC에 1저자로 논문을 게재할 수 있었습니다.

3. 유학 준비 타임라인

저는 군대에서 싸지방 연등 시간이나 당직(이러면 안 되지만)을 활용해 공부하고 준비했습니다. 학업이나 직장과 병행하시는 경우에도 제가 했던 방법으로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25.02 ~ 25.08: Lab Search 및 논문 분석 (집에서 제본해 와서 읽음)
  • 25.08 ~ 25.10: 컨택, SOP/PS 작성, MICRO 학회 참석 (사비/휴가 사용)
  • 25.11 ~ 26.01: 원서 접수 및 인터뷰 준비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하고 오래 걸리는 과정입니다. 저는 이 과정에만 약 6개월(3월~8월)을 쏟았고, 8개 학교 20개 연구실, 약 30편의 논문을 분석했습니다.

Lab Search는 단순히 “나의 연구 경험(Fit)에 맞고, 내가 당장 기여할 수 있는 연구실을 찾아내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다음 3단계로 진행했습니다.

4-1. 필터링

먼저 CSRankings를 통해 제 분야(Architecture/System)의 Top-tier 학회(ISCA/MICRO/ASPLOS/HPCA)에 꾸준히 실적을 내시는 교수님들을 찾았습니다. 다음 기준들을 사용했습니다.

  • Research Fit: 내 연구 분야와 일치하는가? (가장 중요. 내가 당장 연구실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의미하며 합격과 연결됨)
  • Research Output: 최근 3년 내 Top-tier 실적이 꾸준한가?
  • Students: 현재 재학 중인 박사과정 학생들의 입학 전 스펙이 나와 비슷한가? (현실적인 합격 가능성 가늠)
  • Alumni: 졸업생들의 진로가 내 희망 진로랑 비슷한가?
  • Risk: 교수님이 연세가 너무 많으시거나, 스타트업 창업으로 바쁘시진 않은가? 테뉴어 심사를 앞둔 조교수님인가?

4-2. 논문 씹어먹기

추려낸 연구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최근 1~2년 내 출판된 논문을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요약’이 아니라 ‘확장’이라 생각합니다.

  • “교수님의 A 논문은 훌륭하지만, B라는 환경에서는 오버헤드가 있을 것 같다.”
  • “그 부분을 나의 주특기인 C 기술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 확장 아이디어들을 교수님별로 정리했습니다. 단순히 “연구에 관심 있다”가 아니라, “내가 이런 거 기여할 수 있다”라는 논리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실제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Target: A 교수님 연구실
  • 분석 논문: 마이크로서비스를 위한 아키텍처 연구
  • 나의 제안: 논문의 LLC partitioning 할 때 중요한 데이터들을 더 오래 flush 되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아이디어. (대략적인 느낌만 말씀드리려고 한 것이고, 엉망진창 맞습니다…)

4-3. 데이터베이스 구축

저는 구글 문서로 드라이브에 모든 학교, 연구실 내용을 기록했습니다.

이 Lab Search 내용이 컨택 메일, SOP 작성, 인터뷰 준비 때 저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꼭 높은 중요도를 가지고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5. Contact: 높은 답장률의 전략

Lab Search를 통해 정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8월경 약 15분께 메일을 보냈고, 12분께 긍정적인 답장을 받았습니다.

5-1. 전략

교수님의 최근 논문을 읽고 “교수님 연구를 봤는데, 내가 가진 A 기술을 접목하면 B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구체적인 확장 아이디어를 포함했습니다. 또한, CV와 저의 연구를 3장으로 요약한 슬라이드도 첨부했습니다.

5-2. 학회 참석

최고의 컨택은 직접 만나는 것 같습니다. 마침 저희 분야 가장 큰 학회(MICRO)가 10월에 서울에서 열려서, 군대 휴가를 내고 사비 80만원(월급이 많이 올라서 가능했습니다..!)을 들여 참석했습니다. 관심 있는 교수님들을 직접 찾아가 1장짜리 요약본(전단지)을 드리며 어필했고, 이는 실제 인터뷰 기회로 이어졌습니다. 맛있는 학회 밥도 먹을 수 있어 장점이 있었습니다.

6. SOP/PS: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자기소개서’ 쓰는 게 고통스럽습니다. 솔직히 SOP/PS는 어떻게 잘 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설명드리기에는 저도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최대한 여러 SOP를 보고 무난하게 작성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죄송하지만, SOP 관련 조언이나 첨삭은 제가 자신이 없어서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6-1. 유용한 자료

따로 아는 선배님이 없어 인터넷에 공개된 SOP를 참고했습니다.

  • CS PhD Statements of Purpose: 학교/전공별 공개된 SOP
  • MIT Graduate School Statement of Purpose: MIT에서 직접 설명하는 SOP 잘 쓰는 방법
  • Another Annotated Example: CS PhD Statement of Purpose: MIT 박사과정생이 작성한 SOP 작성 팁 블로그

6-2. 최대한 많은 분들께 첨삭 받기

저는 일면식도 없는 선배님들께 부탁드려서 첨삭 받았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의 SOP가 필요하시면 이메일 주시길 바랍니다!

6-3. 저의 SOP

  • Background 및 Research Vision 제시: 해당 Vision을 이루기 위해 내가 연구 경험을 쌓은 것으로 설명 (포장)
  • 연구 경험 설명: 어떻게 인턴 프로젝트를 논문으로 발전시켰는지, 협업은 어떻게 했는지 설명
  • 앞으로 하고 싶은 연구 제시: 관심 있는 교수님들을 직접 언급하며 어떤 연구들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설명. 이 또한 Lab Search와 연결됩니다!!

6-4. PS

솔직히 정말 어떤 내용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중요도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때 한 번도 질문받은 적이 없습니다.

저는 그냥 군대 이야기를 썼습니다 (격오지 환경: 도로 없음, 초소규모 부대, 노가다, 주특기, 분대원들과 즐겁게 생활했던 썰, 보일러 터져서 3달 동안 냉수 샤워, 강제 혹한기 썰 등…). 저의 PS가 필요하시면 이메일 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 섹션을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7. Interview: 준비 과정 및 Future Work 제안하기

12월 말부터 인터뷰가 시작됩니다. 개인적으로, 인터뷰는 ‘영어 테스트’가 아니라 ‘연구 Fit 맞추기’라 생각하고 준비했습니다.

저는 총 6개 학교(Stanford, CMU, UIUC, Cornell, UT Austin, Columbia)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일정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Stanford EE: 01.16 2회 (Admission Committee 2분), 01.21 2회 (Admission Committee, 컨택한 교수님)
  • Carnegie Mellon CS: 01.24 (Application 보고 직접 연락 주신 교수님)
  • UIUC ECE: 01.05, 01.14 (컨택한 교수님 2분)
  • Cornell ECE: 01.14 (Admission Committee)
  • UT Austin CS: 10.17 (컨택 후 바로 연락), 12.22 (실제 면접)
  • Columbia EE: 01.13 (컨택한 교수님)

보통 3일에서 일주일 전에 메일로 인터뷰 일정을 알려주시고, 날짜와 시간을 조율할 수 있게 배려해 주십니다.

다음과 같은 전략으로 접근했습니다.

7-1. 인터뷰 형식

학교마다 스타일이 다릅니다.

  • Admission Committee (예: Stanford, Cornell): 해당 분야 교수님 1~2분이 들어와서 15~30분간 짧게 봅니다. “이 학생이 서류에 쓴 내용이 진짜인가?”를 체크하는 검증의 성격이 강한 것 같습니다.
  • Direct PI Interview (예: UIUC, UT Austin): 제가 컨택한, 혹은 저를 찾아주신 교수님과 1:1로 30분~1시간 넘게 대화합니다. 사전에 논문을 주시고, 분석하고 확장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식의 인터뷰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7-2. 인터뷰 질문 목록

  • Tell me about your main research. What was your contribution?
  • Why PhD? What would be the challenge of a PhD?
  • What do you want to work on?
  • What kind of advisor are you looking for? If you get multiple offers, which schools would you choose?

저의 연구 경험을 정리한, 5분 정도로 발표할 수 있는 슬라이드를 준비해서 기회가 되면 활용했습니다.

7-3. 능동적인 인터뷰

우선 “자기소개 해봐라”, “연구 경험 설명해 봐라” 같은 예상 질문은 당연히 외웁니다. 저는 인터뷰에서 제가 끌려가는 것보다, 능동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를 가장 확실히 할 수 있는 것은 교수님과 저의 공통 관심사로 모을 수 있는 “확장 아이디어”라 생각합니다. 저는 Lab Search 때 정리해 둔 내용을 바탕으로, 교수님마다 맞춤형 확장 아이디어를 준비했습니다. 말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박이 들어올 수 있으므로, Lab Search 때보다 더 확실하게 논리를 준비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준비했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모든 교수님께서 매우 좋아하셨습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실제로 여러 교수님께서 “이 아이디어 매우 흥미롭다. 입학하면 바로 시작해 보자”라고 하셨습니다.

7-4. 나의 질문

인터뷰 마지막에 무조건 “Do you have any questions?”라고 물으십니다. 이때 “펀딩은 줘요?” 같은 단순한 질문은 피했습니다. 대신, 앞서 준비한 확장 아이디어와 연결된 질문을 던져서 “나는 확실히 기여할 수 있다”를 각인시키도록 노력했습니다.

  • “연구실 최근 연구는 A 방향이던데, 나의 경험인 B를 적용하면 A가 더 좋아질 것 같다. B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냐?”

7-5. 마인드셋

저는 토종 한국인이고, 영어 발음도 구립니다. 키워드와 논리만 명확하면 문법 좀 틀려도 다 알아들으십니다. 조금 절거나 더듬어도 교수님들께서 충분히 이해하십니다. 중요한 것은 웃는 얼굴로, 자신감 있게 내 생각을 확실히 말하는 것 같습니다.

8. 마치며: 자료 공유

유학 준비 힘듭니다. 하지만 꿈을 이루어 간다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자료를 정리하면서 지난 1년간 싸지방에서 연등하며 유학을 꿈꾸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일과 마치고 전역 후 꿈을 준비한다는 설렘으로 즐겁게 준비했습니다.

제가 정리한 Lab Search 리스트, Contact 메일 전문, SOP/PS 원문, 인터뷰 준비 자료 및 학교별 수기 등 모든 자료를 구글 드라이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혹시 자료가 필요하신 분들은 편하게 메일 주시면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jschang0215@snu.ac.kr)

마지막으로, 좋은 결과를 얻으신다면 나중에 꼭 후배들을 위해 정보를 나눠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문화가 이어진다면, 더 많은 후배(선배)들이 더 넓은 세상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학부 인턴 지도교수님, 사수님들, 연구실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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